Villa Forest #1. Villa Forest




회색 빌딩의 숲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하지만 그 중 한 잿빛 도시 뒤에는 녹색 숲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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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니는 막 그다지 즐겁지 않은 꿈에서 깨어났다.    기분 나쁜 꿈이었어.    누구라도 새카만 배경에서 자신을 잡아먹을 듯 노려보는 눈을 친근히 여길 사람은 없었다. 토니는 부시시한 갈색 머리를 긁적이며 새벽 안개가 가득 퍼진 창밖을 바라보았다. 어제 저녁부터 소복히 쌓인 함박눈이 잿빛 거리를 메꾸었다. 무심히 창가에 가까이 한채 길거리를 내려다 보던 토니는 서서히 몰려오는 찬 공기에 급히 몸을 멀리했다. 그리곤 자신을 꿈 속에서 꺼낸 소음을 향해 눈을 돌렸다. 시끄럽게 울어대는 시계를 향해 작게 한숨쉬고는 귀찮다는 듯 스위치를 내렸다. 방에서 메아리치던 알람소리가 사라지자, 고요함 만이 공기 중을 떠돌았다. 시계는 6시 45분을 가리켰다. 지난 밤, 자기 전까지 읽었던 한 뭉치의 악보를 남자는 귀찮다는 듯 테이블 저편으로 치웠다. 너무 힘이 들어가 바닥에 흩어지긴 했지만.    아, 젠장.
    궁시렁 거리며 토니가 악보를 정리하는 동안 휴대폰이 큰 소리를 내며 진동했다. 무려 3년 동안 쓴 전화였다. 그의 눈이 화면으로 향하자 메세지 4 건 이라는 텍스트가 친절하게 나타났다. 허둥지둥 대다가 결국 휴대폰을 바닥에 놓쳐 버리곤 그 충격으로 열린 화면이 당황한 그의 눈에 비쳐졌다. 하나는 아는 형에게서, 또 다른 하나는 스팸문자, 남은 두 건은-
    "어디냐."    트리스탄 교수님.
    "남은 10분 안에 안 오면 F 학점 이다."    아, Bad hair 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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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주회는 시작 5분 전 분위기가 무르익어 있었다. 학교 내에서 멘트로 유명한, 3학년 드라마 전공인 에이든이 사회자로 흥을 내었다. 첼로 연주자들은 조율을 막 끝마쳤고, 클라리넷 연주자들은 낮은 E 음부터 다시 소리를 맞추는 중이었다. 이번 연주회의 솔로인 피아노 반주자, 레오너드 마저도 느긋하게 악보를 되새겨 보고 있었다. 바이올린도 연습을 끝내고 시작되길 기다렸지만 모두들 맨 끝에 빈 자리를 걱정스럽게 힐끗거리며 쳐다보았다. 토니 디톤의 자리였다. 레오너드도 곁눈질로 그 자릴 보았지만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았다. 눈가를 조금 찌푸릴 뿐.    필요 없잖아, 바이올린 하나 정도 빠져도.    괜히 기분이 나빠지며 애꿎은 낮은 G 키 만을 연속적으로 두드리는 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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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돼." 토니가 멀어져가는 버스의 뒷모습을 무표정으로 보며 중얼거렸다. 연주장까지 먼 거리는 아니었지만 버스를 탄다고 해도 10여 분 걸리는 거리였다. 다행히 굽이굽이 도는 시골도로라 지름길로 걸어가면 20분 정도 걸리는 거리였다. 연주회 시작까지는 몇분 채도 남지 않았다. 다시 한번 시계를 확인했다. 작은 유리창 너머 두 개의 바늘은 무정히 7시 50분을 가리켰다. 이렇게 되면 연주회 참가는 무리였다. 시작되자마자 공연을 위해 바깥 소음은 차단되버리는 공연장이니깐.
    "부우웅-" 익숙한 엔진 소리와 함께 사잇길에서 검은색 모터사이클이 뛰쳐나왔다. 그 위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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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줏빛 커튼 뒤에서는 짧은 회색 머리칼이 반짝이는 남자가 초조하게 뒷문과 시계를 번갈아 보고 있었다. 곧 연주회가 열리는 무대의 주인, 에릭 네이트 씨였다. 그에게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의자에는 나이가 들었지만 그에 걸맞지 않게 당당해 보이는 노신사가 검은 톱해트를 쓴 채 지팡이에 기대 있었다. 그것의 오래되었지만 빛이 바래지 않은 금빛 손잡이에 Matthew T. 라는 그의 이니셜이 우아하게 새겨져 있었다.
    "디톤은 아직인가?"    트리스탄 교수가 비아냥 거리는 톤으로 물었다.
    "소식이 없네요, 아직까진."    그의 옆에서 케이스를 나르던 한 조교가 눈치없이 대답했다. 네이트 씨는 긴장한 표정으로 3분 남았습니다 라고 조용히 알리며 다시 제자리에 돌아왔다.    어젯밤에 늦게 들어갈 때부터 알아봤어.    긴장으로 찌푸린 표정을 한 채 그가 생각했다. 저녁까지 토니가 나단 홀 3층 현악기실 에서 그의 오래된 바이올린 연습하는 것을 본 것을 기억해내자 그는 자신의 무책임함을 책망했다. 공연 전날, 마지막 총연습을 마치자마자 무리하지 말고 집에가 쉬라는 말을 한 건 바로 자신이었는데 토니를 보고도 말리지 않다니.    아아 정말이지 나란 인간은.    한참동안의 자책끝에 그에 귀에 반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교수님, 저 이젠, 낙제 안 하는, 거 맞죠?" 토니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문가에 기대 바이올린 케이스를 왼손에 세게 쥔 채 물었다.
    트리스탄 교수가 씨익 미소지으며 대답했다.
    "방금 전, Fail 을 면했네, 디톤 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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